영국의 수학자 네이피어는 1부터 9까지의 곱셈표(곱셈막대)로 이루어진 막대를 만들었어요. 비교적 간단한 덧셈을 이용하여 곱셈을 하는 원리로 만들어 진 이 막대는 그의 이름을 따서 네이피어 막대라고 불렸지요.
네이피어가 활동하던 시기는 계산을 수행하는 기계적 방법들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던 때였답니다. 네이피어는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었고, 그 결과물이 바로 네이피어 막대라고 할 수 있지요. 아랍에는 ‘격자산’이라는 곱셈 계산법이 있었는데, 존 네이피어는 이 계산법을 바탕으로 네이피어 로드라는 곱셈 계산 막대를 발명했어요. 훗날 중국에 전해진 이것은, 중국의 수학자들에 의해 주판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답니다.
자, 이제부터 네이피어 막대를 이용해 곱셈을 한번 해 볼까요?
사진 3번처럼 각각 열 개의 한 자리 숫자에 그 숫자의 여러 가지 배수를 적은 길쭉한 조각을 만들어요. 다 만들었나요? 이제, 막대를 이용해 ‘1615×356‘을 곱해 보도록 하지요. 먼저 오른쪽의 그림처럼 1, 6, 1, 5에 대한 길쭉한 조각을 나란히 붙여 놓아요. 다음으로 1615를 356의 3, 5, 6과와 각각 곱해요. 그리고 나서 대각선으로 두 숫자를 더하면 ‘3(4845), 5(8075), 6(9690)‘이 나오지요. 그 다음 자릿수별로 더하면, 484500+80750+9690=574,940이라는 답을 얻을 수 있어요.
네이피어 막대는 계산기가 없던 당시의 사람들에게 곱셈과 나눗셈을 굉장히 편리하게 만들어 주었어요. 아주 큰 수의 곱셈도 손쉽게 할 수 있었지요.
네이피어는 1550년 스코틀랜드의 남작 집안에서 태어났어요. 13살 때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30년 가까이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고국으로 돌아왔는데 수학자가 되려는 생각은 없었지만, 그저 수학이 너무 좋아서 40년 이상 수학을 연구했다고 해요.
네이피어는 공상과학 소설가이기도 했어요. 그는 설계도와 도형 등을 제시하면서 여러 가지 전쟁 무기를 예언했는데, ‘반경 6킬로미터에 걸쳐서 30센티미터 이상의 모든 생물체를 완전히 전멸시키는’ 무기가 개발될 것이며, ‘물속을 다닐 수 있는 배‘가 개발되고, ‘살아 있는 입을 가지고 모든 방향에서 적을 파괴할 수 있는’ 무기가 개발될 것이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이것들은 제1차 세계대전 때 기관총, 잠수함, 탱크로 개발되어 그의 예언이 적중하게 되었지요. 네이피어의 뛰어난 상상력과 독창력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정신이 이상한 사람으로 여기기도 했어요.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그를 마법사라고 생각하기도 했을 정도였지요.
다음은 그에 대한 일화 중 하나예요. 어느 날 네이피어가 집안 하인들을 불러 모았어요. 그 이유는 하인들 중에서 도둑질을 하는 하인이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네이피어는 수탉을 이용하여 도둑을 잡아낼 수 있다며 하인들에게 이렇게 말했어요.“내 친구에게서 구해 온 이 수탉은 어둠 속에서 거짓말쟁이를 찾아낼 것이다. 만약 거짓말을 한 사람이 수탉의 등을 두드리면 수탉이 달려들어 그의 눈을 쫄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는 하인들을 한 사람씩 깜깜한 방으로 데리고 가서 수탉의 등을 두드리게 했어요. 그런데 하인들 중에 한 사람만 빼 놓고는 모두 다 손이 까맣게 되서 나온 게 아니겠어요? 네이피어가 하인들 몰래 미리 수탉의 등에 까만 칠을 해 놓았던 것이에요. 그런데 도둑질을 한 하인 한명만이 수탉의 등을 두드리지 않았기 때문에 혼자만 손이 깨끗했던 것이지요. 네이피어의 상상력과 재치, 재미있지 않나요?
*사진 제목 및 출처
1. 네이피어 막대/위키피디아
2. 네이피어 막대/위키피디아
3. 네이피어 막대를 이용한 곱셈
4. 네이피어 막대를 이용한 곱셈
5. 네이피어/위키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