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는 3천 년도 전부터 발달해 왔는데, 소수는 고작 3백 년 전부터 사용되어 왔어요. 그런데 왜 어려운 분수가 먼저 생겨나고 쉬운 소수가 나중에 발달했을까요?
분수는 ‘1보다 작은 수’를 나타내기 위해서 생겨난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집트, 로마,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분수를 사용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들은 1/10이나 1/100과 같이 십진법을 이용한 분수는 사용하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십진법이 그 당시에는 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십진법으로 수를 표기하는 방법은 12세기가 되어서야 완전히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소수의 발명도 그만큼 늦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벨기에의 시몬 스테빈은 젊었을 때 상점 지배인으로 일하다가 나중에 네덜란드 군에 입대해서 회계를 담당하는 경리 장교가 되었어요. 스테빈은 네덜란드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전쟁을 하던 시기에 군자금을 빌리고 이자를 계산하면서, 이자율 때문에 항상 골치를 썩곤 했어요. 그 당시에는 단위분수만을 사용하였기 때문에 1/10은 간단했지만 1/11, 1/12와 같은 경우에는 계산이 매우 복잡했던 것이죠. 그래서 스테빈은 ‘좀 더 쉽게 계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고 고민하던 중 소수를 발견하게 되었어요. 1/11의 경우 91/1000의 값과 거의 같으니까 9/100로 바꾸어 쓰고 1/12의 경우 8/100의 값과 거의 같으니까 8/100로 쓰곤 했는데, 이 분수는 분모가 정해져 있으니 따로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분모를 생략해서 썼어요. 하지만 분모를 지우고 나니 7/10은 7이 되고, 8/100은 8이 되어버려 자연수인 7, 8과 구별할 수가 없었지요. 따라서 ‘어떻게 하면 자연수와 구별할 수 있을까?’하고 방법을 궁리하게 되었다고 전해지고 있어요.
스테빈이 분수에 관심을 가지기 전부터 독일인 크리스토프 루돌프는 어떤 수를 각각 10, 100, 1000으로 나눌 때 나누는 수에 들어 있는 0의 개수만큼 콤마를 찍어서 구분하는 방법을 생각해 냈어요. 예를 들면 ‘34÷10=3,4’ 이런 식이지요. 지금도 독일에서는 소수점 대신 콤마를 사용하는 곳이 있는데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답니다.
스테빈은 ‘3×8/10’을 나타낼 때, ‘3ⓞ8①’이라고 쓰는 방법을 개발했어요. 그 뒤 소수에 관한 책을 썼는데 그 책에는 지금 라고 쓰는 수를 다음과 같이 나타내었어요.
‘5ⓞ9①1②2③’
결국 스테빈은 분수를 소수로 나타내기 위해서 소수점을 ⓞ으로 표시하고, 소수점 이하는 첫째자리, 둘째 자리라는 식으로 표시한 것입니다. 지금과 비교하면 꽤나 번거로운 방법이지만, 처음으로 소수에 대한 형태를 제시하고 그것을 계산한 것은 스테빈의 공적이라고 할 수 있지요. 스테빈이 처음 ‘소수’를 표현한 뒤, 1619년 네이피어가 처음 ‘소수점’을 사용하였고, 존 윌리스가 소수점을 이용한 소수를 자주 사용함으로써 오늘날의 소수 표기법이 완성되었어요. 윌리스도 처음에는 '12 ?345'라고 썼지만 나중에는 일반적인 소수점을 사용하였지요.
분수나 소수의 형태로 작은 숫자를 표기할 수 있게 되면서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이나 다름없었어요. 눈으로 보기 힘들 만큼 작은 숫자를 생각할 수 있게 되었고, 얼마나 작은지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우리는 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작은 것들로 이루어진 세상에 살고 있어요.
단적인 예로, 신체는 수십조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각의 세포는 10만분의 일 크기도 알 될 만큼 아주 작아요. 세포의 크기는 7~30사이의 마이크로미터, 즉 0.000007에서 0.00003미터 정도랍니다. 세상에는 이보다 더 작은 숫자를 이용해서 표현해야 할 만큼 작은 것들이 수없이 많아요. 소수가 없었다면 이런 것들을 표현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겠죠?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많은 수학 기호들 중 어떤 것들은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기호들이에요. 하지만 당연히 세계적인 기호일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들 중에는 아직도 세계화되지 못한 것들도 있어요. 그 대표적인 수학 기호가 바로 나누기 기호인 ‘÷’ 와 소수를 표현하는 기호랍니다.
16세기경 독일의 수학자 란이 처음으로 ‘÷’와 같은 기호를 사용했다고 전해져요. 그러나 ‘:’는 오늘날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 나눗셈 기호로 사용되고 있어요. 나누기 기호로 '÷'를 사용하고 있는 나라로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일본, 영국, 미국 등이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 초등학교에서는 나누기의 기호 '÷'를 사용하다가 중학교 이상부터는 대부분이 분수로 수를 표현하지요. 다른 나라의 경우도 처음에는 각기 다른 기호를 사용하다가 점차 학년이 올라갈수록 기호를 빼고 분수의 형태로 나누기를 표현하고 있답니다.
또 소수점 기호도 세계 공통기호는 아니라고 해요.
이를테면 우리나라와 일본, 미국 등에서는 2.345와 같이 소수를 표시하며, 영국에서는 2·345와 같이 소수점을 숫자의 가운데에 찍어서 소수를 나타내지요. 하지만 프랑스와 독일과 같은 나라에서는 2,345와 같이 콤마를 이용하여 나타낸답니다.
나누기와 소수를 표현하는 것 이외에도 수학에는 아직까지 세계 공통이 아닌 것이 많이 있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수학 기호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할 수 있지요. 따라서 여러분도 언젠가는 수학 기호 발명자로 이름을 남길 수 있지 않을까요?
*사진 제목 및 출처
1. 시몬 스테빈/위키피디아
2. 네이피어/위키피디아
3. 존 윌리스/위키피디아
4. 플랑크톤/위키피디아
5. 수학기호